과거의 나라면 시험이 끝날 때마다 비슷한 생각들을 반복하곤 했었어. “이번엔 진짜 열심히 한건데.” 실제로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었어. 남들이 놀 때 난 항상 책상 앞에 앉아있었고(차라리 노는 게 나았음ㅠㅠ), 거의 하루 종일 책과 씨름하는 날도 허다했었지. 그런데 결과는 처참하게도 한결같기만 했어. 늘 기대 이하였고, 합격과는 거리가 멀기만 해 보였지.
처음에는 그저 운이 없다고 생각했어. 시험이 왤케 어렵게 나왔나 했고, 긴장해서 실수한 거라고 괜찮은 척 해보기도 했어. 근데 실패가 반복되면 사람은 결국 인정하게 되더라구. 문제는 시험이 아니라 내 자신이라는 걸 말이야.
열심히 하는데 난 왜 안 될까
지금와서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공부하는 척’을 하고 있을 뿐이었어. 시간은 많이 썼지만, 실제로 머리에 남는 건 거의 없었거든. 여러 과목을 동시에 붙잡으면서 기억을 쑤셔넣고 내뱉는 걸 반복하며, 그저 진도만 빨리 빼는 것에만 집착하기 그지없었지.
문제집을 한 권 끝내면 뿌듯해했고, 인강을 다 들으면 왠지 실력이 오른 듯한 나만의 착각에 빠져 살았어. 그렇게 며칠 지나면 기억이 흐려지고 말았지. 다시 보면 본 내용인데도 낯설었고.
그때는 머리에 뭐가 씌였는지 몰랐어. 공부는 많이 본다고 남는 게 아니라는 걸.
합격한 사람들은 방식이 달랐어
어느 순간부터 주변 합격자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어. 신기했던 건, 무조건 오랜 시간을 붙잡고 공부한다고 붙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어. 오히려 공부 시간을 엄청 늘리기보다, 한 개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결과가 좋았던 걸 나만 몰라서 너무 슬프더라.
그걸 보고 나서 나도 방식을 바꾸어보았어. 여러 과목을 동시에 건드리는 걸 멈추고, 한 과목 중에서도 챕터를 잘게 나눴어. 그리고 딱 하나만 정해서 패보기로 결심했어.
“애매하면 그냥 넘어가지 말자.”
이전에는 진도 위주로 공부량만 욕심냈다면 지금은 이해를 제대로 하고있느냐를 기준으로 삼고 많이 보는 위주에서 깊게 파고드는 방향으로 완전히 탈바꿈을 해 보게 된거야. 결과로 따진다면 전자는 기억이 훌훌 날아가버리는 반면 현재의 방식은 오래오래 남는 아주 효율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거야.
합격은 어느 날 갑자기 온 게 아니었어
방식을 바꾸고 나서 처음에는 오히려 좀 불안할 수밖에 없더라구. 진도가 느렸기 때문인데. 남들은 하루에 몇 챕터씩 나가는데, 나는 한 부분에서 계속 멈춰 있었고 이거 이러다가 시험날까지 전과목을 다 공부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들었지.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변화가 생겼어. 예전엔 계속 까먹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는데, 이제는 한번 이해한 건 오래 기억에 남아서 몇 번이고 책장을 넘겨가며 다시 확인하는 횟수가 퐉 줄어들었어. 문제를 볼 때도 느낌이 다른게 예전에는 찍는 기분이었다면, 이제는 “왜 이 답인지”가 보이기 시작한 거야.
그렇게 결국 결과가 바뀌게 되었어. 처음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기쁘기도 했지만, 사실 더 크게 느껴졌던 건 이거였어.
“아, 이 방향이 되는구나.”
내가 합격한 진짜 이유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내가 합격한 이유는 특별한 재능 때문이 아니었던 거 같애. 엄청난 집중력이나 머리가 타고나게 좋은 건 더더더더더~욱이 아니었구. 단순히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끝내 비효율적이었던 방식을 바꿨기 때문이야.
계속해서 풀리지 않고 막히는 방법을 밀어붙이기만 했다면 아마 결과도 바뀌지 않았을 거야. 근데 어느 순간부터 ‘더 많이’가 아니라 ‘더 제대로’를 선택했고, 그때부터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어. 그래서 지금도 누가 공부 조언을 물어보면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 공부 시간을 늘리기 전에, 현재 방향부터 확인하라구. 진짜 결과는 거기서 나뉘게 되니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