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똑 부러지는 누적학습법을 찾기까지는 허구한 날 실패만 일삼기 바빴었어. 공부를 시작할 때는 의욕이 넘쳤고, 계획도 꽤 거창했어. 오늘은 몇 시간 해야지, 이번 달 안에는 어느 어떤 단원까지는 꼭 끝내야지. 이렇게 어설프게 하루하루는 바쁘게 흘러가기만 했었어. 문제는 결과였어.
열나게 달렸다고 생각했는데도 남는 게 없었어. 시험지만 보면 머릿속이 하얘졌고, 진짜 봤던 내용인데도 막상 문제 앞에서는 간당간당 헷갈리기 일쑤였어. 첨에는 긴장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운이 없었다고 핑계만 대고 앉았어. 그런데 실패가 반복되니까 더 이상 핑계를 댈 수가 없더라.
그때 처음으로 깨달음이 찾아왔어. 난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공부하는 기분에 취해 있었던 거라구.
당시 내 방식은 전형적이었던게 여러 과목을 동시에 보고, 최대한 진도를 빨리 빼고, 하루 공부량으로 공부했다는 착각에 사로잡혔어. 공부를 오래만 하면 왠지 안심이 됐고, 문제집 페이지가 넘어가면 뿌듯했어. 이거 너무 바보등신같단 생각 안드니?
당연하게도 시간이 지나서 싹 다 잊어버렸지 뭐야.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졸라 바보천치 같단 생각이 아직도 들어. 이해보다 빨리 가기 바빴고, 기억보다 진도를 밀어부쳤으니.

결국 바뀐 건 공부량이 아닌 방식이었어
어느 순간부터는 더 오래 앉아 있는 게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되라. 그래서 방법을 바꿨어. 여러 개를 동시에 하지 않고, 하나씩 누적 반복을 하기 시작했어. 이게 뭔 말이냐면 한 단원을 공부한다 치면 그 안에 내용 1, 내용 2, 내용 3..... 뭐 이렇게 있을 거 아냐. 내용 1을 보고 내용 2까지 보고 좀 쉬었다면 그 다음에 내용 3으로 넘어가는 거 노노 아니야. 다시 내용 1, 내용 2, 그 다음에 내용 3 이게 난 누적 반복이라 생각해.
이렇게 하면 답답할 수는 있어. 진도가 넘나 느리그든. 남들은 훨훨 날아가는 거 같은데 난 한 부분에만 갇혀있는 거 같지. 이러다 시험날까지 다 공부도 못하는 거 아냐? 이런 생각도 들 수 있어. 근데 있잖아 이거 시간 좀 지나보면 신기하게 흐름이 달라진다?
진도를 훌훌 날아가면 까먹어서 처음으로 수도 없이 돌아가야 하지만, 내 말을 잘 들으면 한번 이해한 거 안 찾아봐도 된다? 문제를 볼 때도 완죤 달라져. 전엔 2번 3번 사이에서 찍는 언짢은 기분이었다면, 이제는 통쾌하게 이 답이다! 확신할 수 있게 되는 거야. 이 경지에 이르게 될 쯤이면 공부의 본질은 많이 하는 게 아닌, 남기는 거라는 걸 이해하게 되는 거야.
사실 성적이 안 나오고 지지부진하면 사람 열라 지치지. 계속 안 되면 자신감도 무너지고, 괜히 자존감까지 떨어져버리는 상황이 되어버리게 되. 나도 한동안은 그 감정의 골에서 쉽게 못 빠져나왔던 적이 있어서 너무 잘 이해해.
근데 돌아보면, 그 실패들이 베이스로 깔려있어서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만약 적당히 운 좋게 결과가 나와버렸다면, 그 결과에 대충대충 만족해서 아직도 비효율적인 방식을 고집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180도 다른 신세계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난 지금은 새로운 걸 배울 때마다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게 있어.
“내가 진짜 이거를 뼈속까지 이해했나?”
결국 공부는 그 질문 하나로 갈린다고 봐.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보다, 의자에서 빨리 궁뎅이를 떼어버릴 생각을 하는 사람.